바다 보러 시화방조제 자덕

2012년 4월 28일의 자덕질 일기
지난주 포스팅에도 적었지만, 작년 가을부터 벼르던 코스가 있었다.
인천 쪽으로 가다가 소사역에서 남쪽으로 틀어 쭉 시화방조제까지, 방조제 건너면 대부도-화성시-수원 거쳐 돌아오는 코스.
원래 지난주 토요일에 가려고 했지만 비 온다는 예보에 좌절하며 학교 뺑뺑이나 돌았지만. 이번주는 다행히 날씨가 좋으니 놓칠수없지.

출발 전, 다니던길 아니면 언제나 길잃고 헤멘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니 이번엔 어디서 어떤 길로 꺾어야 하는지 포스트잇에다 깨알같이 적어서 들고간다. 10시에 집에서 나가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 하나 사먹고, 행동식으로 스니커즈도 하나 사들고 길을 나선 시각은 10시 17분. 출발이다~~

여긴 도림천로. 신림역 지난지 10분정도 후인듯?

평소에 도림천 따라서 나갈 땐 항상 내려가서 자전거 도로로 나갔는데, 이번엔 어차피 신도림에서 꺾을거라 금새 올라와야 해서 그냥 위 도로로 달렸다. 평소에 자전거도로의 더러운 노면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려가서 다니는 주 이유는 신호등이 없기 때문인데, 오늘 위로 다녀보니 신림역 지난 뒤부턴 신호등 빈도가 꽤나 줄어서 위로 다니는 게 더 편한 것 같다. 

곧 신도림에 도착하고, 좌회전해서 경인로 따라 쭉 가다가 1호선 소사역이 나오면 남쪽으로 꺾으면 된다.

그런데 좌회전해서 합류한 길이 경인로가 아니네? 그래도 옆에 계속 철길이 있으니 1호선을 따라 걍 달린다. 가다 보면 소사역이 나오겠지 뭐. '벛꽃로' 라는 길을 따라 철길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달리는데, 이름처럼 길 좌우로 벚나무들이 쫙 심어져 있다. 하지만 벚꽃은 없ㅋ엉.. 지난주 주말에 비만 안왔더라면 벚꽃길을 달릴 수 있었을텐데.. 왼쪽으로 나지막한 건물들과 널찍널찍한 골목이 어우러진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는 길이다.

철길이 내려다보이길래 한컷

그런데, 위 사진을 찍으려 멈췄다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으니...
11시 좀 넘었을 뿐인데, 태양이 왜 정면에 있는거지????? 이시간에 태양은 남쪽에 걸리니 내가 서쪽으로 달리고 있다면 왼쪽에 있어야 한다. 이상한 기분에 지도를 확인하니 -_-

1호선은 신도림역 다음인 구디단에서 두갈래로 갈라지는구나...

난 위쪽 줄기를 따라 가야 하는데 아래쪽 줄기 따라 좋다고 달리고 있었다. 스샷 맨 아래쯤인 독산역 근처에서 깨닫고 허탈하게 회항한다. 언제나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건 기분이 영 좋지 않아서 그냥 다짜고짜 보이는 육교를 통해 철길을 우선 건넜다. 대충 다리 찾아 건넌 다음에 광명시내를 통과해 소사역까지 가려는 심산으로..
다리 찾아 건너는건 금방이었는데 시내로 진입한 게 실수였음. 남극탐험 얼음구멍마냥 끝도없이 등장하는 빨간불이 몹시 귀찮고, 시내 표지판으론 영 부족해서 수시로 지도 켜서 보며 다녔지만 그래도 약간 헤멧다.

원래 가려던 길인 경인로 방향 표지판 발견했을땐 거의 눈물날뻔

믿을만한 이정표를 발견했으니 슬슬 멘붕에서 회복해서 룰루랄라 가고 있는데, 교차로에서 아무생각없이 좌우방향 길 이름을 보니
'서해안로'
이거 따라 쭉 가면 걍 방조제 나오는 길이다. 사실 소사역 거치고 어쩌고 하는 루트도 이 길 찾기가 어려워 보여서 쉬운 길로 가려고 고른 건데 이게 웬 떡이냐

빨간색이 원래 계획, 파란색이 실제 달린 길. 금천구랑 광명시에서 열심히 헤멘 걸 서해안로 발견해서 약간 만회?

널찍한데 차도 별로 없고 노면도 최상!!!

길 번호도 없는게 지방도보다 아랫 단계 도로인데 이렇게 잘 닦여 있는건 왜일까. 개통한지 얼마 안 된 도로인가? 노란네모로 표시되는 지방도는 가다가 언덕이 나오면 짤없이 꾸역꾸역 넘어가는데 이 길은 웬만한 언덕은 깎아서 길 내고 간다-_- 역풍이 좀 세긴 했지만 그것만 빼곤 신나던 길. 방조제까지 한시간정도 쉬지않고 25km정도를 달렸다.

서해안로 진입 후 20분쯤 달리니 저 멀리 보이는 건물 실루엣들. 저기가 안산인가?

출출해오던 차에 토스트 트럭을 발견했지만... 왜 닿을수 없는 곳에 있니ㅠㅠ

서해안로를 따라 안산에 접어드니 주거지의 최 외곽쪽을 달리게 되었는데, 차도도 잘 닦여있지만 옆에 자전거 도로도 괜찮아 보여서 잠시 올라갔다.
벚꽃이 약간 남아 있다. 여기도 지난주에 왔더라면 ㅠㅠ
노면은 다른 지역의 자전거도로라 불리는 오프로드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방조제 올라가기 전에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식당은 안보이고 하던 참에 옆길로 관광지 입구처럼 만들어둔 아치가 있길래 잠깐 옆으로 샛다. 알고 보니 4호선 종점으로만 알고 있던 '오이도'. 저거 설마 섬 도자였나? 4호선 종점이 바다 옆에 붙어있는 줄도 아예 처음 알았는데, 나중에 가볍게 전철타고 와서 여기를 시작점으로 삼아 여기저기 다녀도 좋을 듯 하다.
어쨋든, 해안도로 한쪽이 쭈우우우우욱~ 전부 식당 건물이긴 했는데....


1km 가까운 먹자골목이 죄에에에에에에에다 조개구이집 아니면 횟집-_- 혼자 부담없이 먹을 만한 백반집 같은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바닷가라 당연한 건가? 하다못해 맥도날드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골목 구석구석 뒤지긴 귀찮았고, 편의점도 꽤 많았지만 아침도 부실하게 먹어서 점심은 좀 제대로 먹어야겠기에...

음식 문화의 거리라며 다양성이 너무 없잖아...

여기서 찾는건 포기하고 그냥 오늘의 주 목적인 시화 방조제로 진입. 진입 전에 자그마한 공원이 있어서 물 보급은 했고, 아침에 사둔 스니커즈를 아껴 먹으며 길에 오른다. 제방 위에 매점트럭이 드문드문 있어 토스트도 하나 사먹음.

여기가 시작 지점. 길이가 12km정도 되나 보다.


썰물때인지 뻘이 꽤나 넓다. 사진 오른쪽 위로 보이는 게 오이도 음식문화-_-의거리


10분정도 나가니 본격 바다가 시작되며 낚시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

추레하지만 파노라마도 시도. 대충 찍으니 바다가 잘렸네-_-..
왼쪽에 보이는 육지가 대부도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조력발전소였던 것 같다.


오늘 달리며 알게 된 것 중 하나인데, 시화방조제엔 자전거길이 두 종류 다. 하나는 위 사진에 나온 빨간 아스팔트길인데 주변 차도보다 높아서 시야가 좋은 대신 노면엔 10미터마다 크랙이 가 있어 shit같은 승차감을 보장함과 동시에, 평속은 내려가고 다리힘은 쭉쭉 빠지는 효과를 제공한다. 설상가상으로 가끔 있는 매점트럭이 길에다 테이블이라도 몇 개 펼쳐 두면 부딪힐까 조심조심 통과해야 함.
다른 길은 중앙선 건너에 있는데, 차도랑 같은 높이라 탁트인 경치는 못 보겠지만 가드레일로 구분은 확실히 되어 있고, 자전거도로에도 나름 중앙선을 그어 둔 길이었다. 그쪽으로 건너갈 수가 없어 위를 달려 보진 못했지만 노면이 차도 수준으로 좋은 듯 하고, 제방 건너며 자전거 타는 무리를 꽤 많이 봤는데 전부 건너편 도로에서 나랑 반대편으로 스쳐갔다. 자주 타는 사람들이라 내가 지나는높은 길이 다닐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거겠지?
제방 통과엔 3~40분 걸린 듯.

이제 대부도로 진입해 가던 길 쭉 따라 가다 보면 다시 육지로 올라가는 게 원래 계획. 그런데 대부도 진입한 뒤 나온 첫 갈림길에서 허름한 골목 같은 곳에서 나오는 일단의 자덕 무리를 발견하여 호기심에 가 봤더니, 또다른 제방 길이 나온다.

구글맵엔 나오긴 하는데 너무 좁게 그려져 있는 데다 이름도 번호도 없어 걍 공사중인가 생각했었음


막상 가보니 오히려 시화방조제 제방길보다 좋은 길이다. 차선이 왕복 2차선밖에 안 되고, 바로 5미터쯤 옆이 바로 바다라서 완전 탁 트인 느낌에, 자전거도로 구분은 안 되어 있지만 차가 거의 없어서 노면 좋은 차도로 달리니 자전거도로 그런거 필요 없다.

신선함!

폰카로는 잘 안보이지만 송전용 철탑이 소실점까지 쭉 반복되는데 위엄 돋음

비루한 파노라마 다시 시도. 이번 건 좀 낫네

신선함!2

이렇게 두 번째 제방은 30분쯤 걸려서 통과. 앞부분 2/3은 순풍이 불어줘서 평속 35이상, 내키면 40씩 있는힘껏 신나게 달리고, 뒤의 1/3 구간은 파워 역풍이라 있는힘껏 기어서 평속 20정도로 달린 듯 하다. 어쨋거나 꼭 또 오고 싶은 길이었다.


제방에서 육지로. 화성시 어딘가인데 시골길 분위기가 팍팍.

여긴어디 나는누구

다행히 친절한 이정표를 발견했다.

이때부턴 그냥 이정표만 믿고 간다. 어차피 수원까지 도착하면 그 뒤로는 아는 길이니 수원까지만 잘 가면 된다.

완전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달리며 식당을 찾아 헤메인다.

하지만 국도도 아니고 지방도+시골길 이라 영 밥먹을만한곳이 안보이고, 야트막한 언덕이 끊임없이 등장해서 힘을 뺀다. 잘 보면 위 사진도 오르막임.
중간에 식당을 두군데 발견했지만 근처 공장이 주 고객인 곳이라 '식사시간 끝났어요'만 듣고 좌절(오후3시경. 오이도 빠져나온게 1시20분이니...정말 배고팠음..)

읍내쯤 되는 곳에서 드디어 나왔다ㅠㅠ 점심 6천원이라 조금 비싸지만 이미 그런게 문제가 아님.
오이도에 있던 횟집을 여따 갔다뒀어도 들어갔을거다.

쳐묵쳐묵

그리고 꿀휴식
배도 부르겠다 낮잠 한잠 자고 싶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비없는 지방도의 낙타등은 수원까지 쭉 계속된다.

오르막에서만 사진이 찍힌 건 오르다 빡쳐서 멈춰 쉰 증거.

그래도 밥먹으니 힘이 나서 수원시 진입까지 30km정도를 몇번 안 쉬고 끊었다.

수원에 도착하니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길찾다가 얼떨결에 수원 화성도 눈팅하고

1번국도를 만남
Q: 저 홈플러스는 어디 홈플러스일까요

수원 온김에 고등학교나 잠깐 구경하고 갈까 했지만 저기서 더 올라가기 귀찮아서 입구 사진만 찍고 옴

수원을 빠져나가기 직전, 무슨 공원에서 물 보급 하는김에 휴식

수원에서 의왕으로 넘어갈 때 고도 100미터 약간 넘는 낮은 고개가 하나 있는데, 거길 넘으면 의왕-안양까지 아주 완만한 내리막이 쭉 계속된다. 그렇게 10km를 날로 먹으니 어느새 목표가 코앞임

우회전해서 고개 하나 넘으면 끗!!

한번에 넘으려면 고개 넘기 전에 적당히 쉬어주는 센스

그리고 사진 찍자마자 커피 엎었다...남은거 합해서 딱 세모금 마심ㅠㅠ

꾸역꾸역 올라서

마지막 고비도 무난히 돌파~~

커피 엎은 시점으로부터 25분후 집 앞에 안착


오늘의 총 경로는
스샷이 두장인건 중간에 배터리 교체 하느라.

출발 10시 17분, 도착 19시 30분. 9시간 13분동안 밖에 있었네

누적 거리 142km, 순수 주행 시간은 6시간 30분.

P.S. 내 자덕 포스팅들은 어째 한 포스팅 안에서도 초반엔 주절주절 말이 많다가 후반부엔 사진-설명-사진-설명 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많다. 포스팅 하는 당시의 귀찮음도 다소 작용하지만 라이딩할 때도 초반엔 힘이 넘쳐 이거저거 다 기억하지만 후반엔 힘이 빠져 그냥 목적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할 말이 별로 없어지는 걸로 보인다.

덧글

  • 바투 2012/04/30 00:06 # 답글

    대단하다 ㄷㄷㄷ
  • alphasco 2012/04/30 11:18 #

    이날좀무리했는지 어제오늘 근육통에 죽을맛이네요
  • et al 2012/05/01 22:50 # 답글

    아 저 홈플 그립네요ㅋㅋ
    저기까지 자전거 타고 가셨다니ㄷㄷ
  • alphasco 2012/05/02 01:49 #

    저 홈플 너네학교에선 꽤나 멀지 않아?
  • et al 2012/05/08 15:32 #

    네ㅋㅋ 미용실 갈 때 타는 버스 루트에 있어서 알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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